K의 중고 냉장고가 세계멸망에 미치는 영향. A-1 맥주를 몇 모금 마신 K는 한숨을 쉬며 캔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실온에 너무 오래 방치 한 탓인지 미지근해진 맥주는 갓 샤워를 마치고 나온 k에게 너무도 거대한 불쾌감을 안겨주었다. k는 다시 맥주를 집어 들었다가, 몇번 주저하더니 다시 몇 모금 마시고는 욕설을 뱉으며 다시 맥주캔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제기랄.] 대학은 수도권으로 가야 한다는 부모님의 방침에 따라, 거의 집에서 쫓겨나다시피해서 서울로 올라온 k는, 자기가 다닐 대학에 기숙사가 없다는 사실을 교문 앞에서야 알아차리고는 얼빠진 얼굴을 한채 거대한 가방을 짊어지고 괴성을 지르며 거리를 뛰어 다녔다. 그리고 시간이 꽤 흘러, 길바닥에서 노숙하면서까지 힘들게 얻은 자취방은 꽤 좁은 편이었지만, k는 이 방을 최대한 넓게 쓰고 있었다. 가구나 가전기기 같은 건 전혀 찾아 볼 수가 없었으니까. 접착제로 붙어 있는 옷걸이는 손으로 툭 치면 떨어질 만큼 아슬아슬해서, 그의 옷들은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그리고 대충 쌓아놨다가 무너져서 사방으로 흩어진 책들, 구석에 쌓여 있는 쓰레기. 가릴 처지도 못 되었고, 별 불만도 없던 그는 나름대로 충실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버스를 타고 학교에서 1시간 반. 아르바이트 하는 곳에서 2시간. 심지어는 가장 가까운 슈퍼까지 걸어서 20분. 하지만 마땅히 무언가에 매달려서 하는 일도 마땅히 없었던 k는 아르바이트를 마치면 곧장 집으로 돌아왔기에, 시간은 오히려 남을 지경이었다. 시골구석에서 매일 아침 도심지로 나가 밤늦게 자취방으로 귀가해서 빈둥거리는 이 가엾은 청년은, 예전부터 알고는 있었지만 여름이 다가오자 부쩍 느끼기 시작한 최고의 문제점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맥주 한캔은 그의 언제나 같은 평범한 일상에 있어 최고의 낙이었다. 뭐, 그건 어디까지나 날씨가 더워지기 전까지의 얘기였다. 너무도 멀리 위치한 슈퍼와, 습기 찬 시골의 공기는 k군의 인생의 낙을 사정없이 데워버렸고, k는 샤워 후 미적지근해진 맥주를 홀짝거리며 힘이 쭉 빠지는 것을 느꼈다. 마침, 내일은 휴일. B-1 그 표정에는 근심이 가득해서, 안 그래도 늙은 얼굴을 더 쭈글쭈글하게 만들고 있었다. 꽤 높은 자리에 인 듯 보이는 그 중년남자는, 옆에 서 있던 비서가 말을 걸기 전까진 죽은 것처럼 보일 정도로 미동이 없었다. 토성 탐사선의 신호가 이유 없이 사라진 것이다. 과학자들은 계속 이 사건에 대한 결론을 짓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목성주변에서 그 위성들을 조사하던 탐사선의 신호도 사라져 버렸기에. 그리고 얼마 가지 않아서 기어이 화성탐사기지와의 연락마저 두절되고 말았다. 모두가 자신의 의견이 옳다고 목이 터져라 주장해댔지만, 결국엔 아무것도 증명해내지 못했다. 그리고 이 모든 일이 우연이라고 주장하는 학파들도 생겨났다. 불안했던 것이다. 아무 것도 모르는 일반 시민들은 오늘도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이 일이 계속해서 커진다면, 조만간 지구에도 영향이 올 것이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국장은 앞이 캄캄해졌다. 외계인이라도 쳐들어오는 건가?
포칵!
맥주캔이 따진다.
[벌컥벌컥.]
k군은 자취생이었다.
벽 쪽으로 말린 이불과 베게는 한 번도 빨지 않아서 먼지가 쌓여 있었고,
k는 그래도 상관없었다. 애초에 그리 깔끔한 성격도 아니었기에, 그는 이 지저분한 방에서 벌써 몇달 째 살아오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단 하나의 문제가 있었다.
[냉장고를 사야 하나...]
돈이 넉넉하지 않았던 k는 최대한 싼 곳으로 방을 잡았고, 그 결과는 참담했다.
다행이 정체구간은 끼어 있지 않아서 길이 막히는 일은 없었지만, 그래도 이건 너무 멀었다.
[맥주가 시원하지 않아.]
k는 이 암울한 하루를 샤워 후 시원한 맥주를 쭉 들이키는 것으로 풀고 있었다.
[역시 냉장고가 있어야 겠어.]
k는 얇은 지갑을 열어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어떤 중년의 남자가 책상에 앉아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고 있었다.
[또, 하나. 사라졌군요. 국장님.]
[그렇군.]
그 남자가 소속된 항공우주국은 요즘 들어 일어난 이 초유의 사태에 대해 경악을 금치 못했다.
원인은 불명. 소행성과 충돌을 했다느니, 태양전지가 가려져 기능을 상실했다느니, 여러 가지 추리들이 오고 갔지만, 결국엔 탁상공론이었다.
연쇄적으로 일어나는 이 일들에 대해, 뭔가가 일어나고 있다는 추측들이 난무하기 시작했다.
아니, 그들은 우연이라고 믿고 싶었던 것 같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이유 없는 통신두절이 외 우주에서 태양 쪽으로 다가오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짐작 할 수 있었으니까.
언론통제는 완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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