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마트 '초고속 몸집불리기’숨겨진 비밀
<제1탄>대우그룹 위장계열사 의혹
하이마트의 초고속 ‘몸집 불리기’이면에 숨겨진 베일이 벗겨졌다. 국내 가전 시장을 거의 ‘싹쓸이’하다시피 한 하이마트는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면서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그러나 그 배경을 들춰보면 엄청난 비밀이 도사리고 있다. ‘대우전자 퍼주기식 지원…대리점 관리 위탁…부당·독점·불공정거래 의혹….’ 이 여파로 대우전자 대리점은 하나둘 무너져 갔다. 결국 지금은 종적을 감춘 상태다. 가전업계 ‘공룡’으로 군림하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았던 하이마트의 성장 비하인드 스토리와 잘 나가던 대우전자가 몰락할 수밖에 없었던 요인을 추적해 봤다.
너 죽고 나 살고 “‘대우신화’ 등골 빼먹었다”
최근 <일요시사>는 지난 2001년 대우전자가 하이마트를 상대로 제기한 물품대금 청구 소송 재판기록과 증거자료 등을 입수했다. 이 자료를 보면 하이마트와 대우전자의 ‘부적절한 관계’를 확인할 수 있다. 대우전자가 하이마트 성장에 견인차(?) 역할을 했다는 얘기다. 실제 하이마트는 대우전자의 각종 지원을 등에 업고 몸집을 불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하이마트가 대우전자의 위장 계열사로 비춰지는 대목이다.
하이마트는 국내 소비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대형 전자제품 전문점이다. 1999년 설립된 하이마트의 전신은 ‘한국신용유통’. 1987년 생긴 한국신용유통은 대우전자의 국내 총판권을 가지고 있었다. 1974년 설립된 대우전자는 1983년 대한전선의 가전사업을 인수하면서 대우그룹의 주력사로 떠올랐다. 대우전자는 한때 국내 시장점유율이 30%에 달하며 승승장구했으나, IMF 직격탄을 피하지 못했다. 이 여파로 대우전자는 1998년 국내영업과 서비스 부문으로 분리됐다. 국내영업 부문은 한국신용유통으로 이관됐으며, 서비스 부문은 새 법인 대우전자서비스(현 대우일렉트로닉스)가 설립되면서 ‘대우’명맥을 이어갔다.
한국신용유통은 이듬해 법인명을 하이마트로 변경했다.
‘매장 수 2백50개, 직원 수 5천여명, 제품 공급사 1백10개사, 판매 상품 5천여종, 시장점유율 25%(1위)…’
하이마트의 현재 위치다. 무엇보다 하이마트는 제조업체와의 직거래로 유통비용을 최소화, 가격 경쟁력을 높여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이처럼 저렴한 제품 가격과 다양성 등을 내세운 하이마트의 매출은 2000년 1조2천억원, 2003년 1조8천억원, 지난해는 2조원을 넘어섰다.
그러나 이같은 하이마트의 성장 배경엔 보이지 않는 ‘지원’이 있었다. 바로 대우전자와의 ‘부적절한 관계’가 그것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문건에 따르면 대우전자의 국내영업 부문이 하이마트로 이관될 당시 양사는 국내 판매권 부여 및 결손금 지원, 대리점 관리 위탁 등의 계약을 맺었다. 문제는 대우전자 국내영업망은 하이마트 밖에 없었다는 사실이다. 전국 1천여개의 대리점이 하이마트 지배하에 놓인 셈이다. 삼성, LG 등 가전 제조업체들이 자체 대리점 강화에 나선 분위기와는 대조적이다.
이 과정에서 대우전자의 주요 직원들은 대거 하이마트로 이동했다. 대우전자의 영업 인력 등 인적 조직을 하이마트가 그대로 승계한 것. 그 대표적인 인물이 ‘대우맨’선종구 하이마트 사장이다. 연세대 상대를 졸업한 선 사장은 1983년 대우전자에 입사해 인사, 총무, 구매 등을 거쳐 1999년 하이마트로 옮겼다. 2000년부터는 하이마트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하이마트로 이직한 직원들은 예전 명함을 들고 다니며 대리점 점주들을 속이고 거래를 지속했다. 대우전자 직원을 사칭한 것이다. 기존의 유통망을 유지하기 위한 꼼수였다.
“대우전자가 국내영업을 한국신용유통으로 넘긴 사실을 전혀 몰랐습니다. 3년 동안 완전히 속은 겁니다. 하이마트로 옮긴 전 대우전자 직원들은 대우전자 명함으로 대리점을 관리했습니다. 대리점을 폐업한 후 정리 과정에서 이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하이마트가 대우전자 대리점주들에게 사기를 친 셈이지요.”
1990년부터 2001년까지 대우전자 대리점을 운영한 이모씨의 증언이다. 눈에 띄는 점은 한국신용유통의 최종 결재권이 대우전자에 있었다는 사실이다. 양측의 소송 당시 대우전자가 제출한 증거 자료에는 1990년대 한국신용유통의 결재란에 대우전자 대표이사나 국내영업본부장이 최종 사인한 서류가 포함돼 있다. 이 서류는 하이마트 기안인 것으로 확인됐다. 대우전자 임원 출신 A씨는 “대우전자가 방침을 정하면 하이마트는 따라가기만 했다. 대우전자 회의에 하이마트 임원들이 참석하기도 했다”며 사실상 하이마트가 대우전자의 자회사임을 자인했다.
대우전자의 하이마트 지원책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대우전자는 하이마트가 자사 제품을 독점 판매하는 대신 여기서 발생하는 결손금을 부담했다. 실제 문건에 따르면 대우전자는 1992년부터 1997년까지 연 1백억원씩 총 6백억원 가량을 하이마트에 지원했다. 물론 결손금이라는 명목이다. 하이마트 전 관계자도 “모회사인 대우전자가 자회사인 하이마트의 부실을 그냥 두고 볼 수가 없어 결손금 지원을 해왔다”고 털어놨다.
그때까지만 해도 대우전자는 하이마트에 물품을 공급하면서 15% 할인율을 적용했다. 이도 잠시. 국내영업 부문이 이관된 이후 대우전자는 할인율을 28.5%로 높이는 물품공급 계약을 다시 맺었다. 하이마트의 ‘저가 전략’일환이었다. 대우전자의 독점판매권 부여 등 전폭적인 지원 때문에 가능했다.
뿐만 아니다. 대우전자는 하이마트 명의로 유가증권과 부동산을 취득할 때도 각각 1백61억원, 4백78억원을 지원했다. 더욱이 대우전자는 하이마트에 채권 4천7백65억원을 동결하는 동시에 그 변제기한을 유예하는 특권을 부여했다.
그러나 하이마트는 2000년 ‘하이마트 영업현황’을 내밀며 대우전자에 누계 결손금 7백75억원을 더 요구했다. 대우전자는 하이마트의 요청을 거부했고, 이에 하이마트는 대우전자 제품의 유통을 전면 중단했다. 이렇게 이들의 갈등은 깊어져 갔다.
결국 양측의 팽팽한 샅바싸움은 법정으로 비화됐다. 2001년 대우전자가 변제기한을 유예한 하이마트의 미수 채권(4천5백76억원 중 3천3백억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한 것. 언뜻 보기엔 채무관계에 따른 분쟁으로 비춰졌다.
하지만 업계에선 하이마트 경영권을 둘러싼 대우전자-하이마트 간 ‘힘겨루기’로 판단했다. 즉, 대우전자가 하이마트 경영에 참여하려는 의도로 보인다는 것이다.
하이마트와 대우전자 후신인 대우일렉트로닉스는 과거 하이마트와 대우전자의 관계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얽혀 있는 사실 관계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하이마트가 사실상 대우전자의 위장 계열사라는 지적에 대해선 “터무니없다”며 일축했다. 하이마트 관계자는 “대부분 하이마트 전신인 한국신용유통 당시 벌어진 일이라 회사 입장에선 어떠한 답변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그러나 대우전자의 위장 계열사 의혹과 관련 수차례 공정거래위원회 등으로부터 조사를 받았으나 무혐의 처리된 만큼 사실이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대우일렉트로닉스 관계자도 “대우전자의 국내영업 부문을 하이마트가 맡았지만 내부적으론 하이마트와 전혀 무관한 관계”라며 “대우전자와 하이마트를 둘러싼 모든 소송들이 끝났기 때문에 더 이상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2002년 양사가 분쟁을 겪을 당시 법원에서 강제 조정된 대우일렉과 하이마트의 ‘5년 의무 매입 계약’이 종료됐다. 따라서 양측 간 ‘물밑 접촉설’도 나돌고 있다. 하지만 이들을 둘러싼 한랭전선은 쉽사리 걷히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대우일렉-하이마트 관계가 어떻게 전개될지 시선이 쏠리고 있다.
일요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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