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2 작은 고물상. 통장에 찍힌 번호의 자릿수는 적었고, 지갑은 바람에 날릴 듯 가벼웠다. 여긴 완전 쓰레기장이잖아. k는 생각한다. 고물상 주인은 불룩 튀어나온 배를 오른 손으로 북북 긁으며 k군에게 말했다. [하나는 지금 저 방송에서 내 복권이 당첨되는 멋진 행운이 떨어지는 것이고.] 주인은 k의 눈앞에 종잇 조각을 팔랑팔랑 거리면서 말했다. 그 복권 끝에는 [자동개표]라는 글자가 찍혀 있다. 그 모습을 무표정하게 지켜보던 주인은 다시 k에게로 시선을 옮기며 하던 말을 이어나갔다. [다른 하나는, 이 나에게서 물건 값을 깎는 것이다.] K는 그 대목에서 어딘가 한군데가 뜨끔하고 찔리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가게를 나와서 입구 근처를 보니, 작은 냉장고 하나가 놓여 있는 것이 아닌가. [저기...] 주인은 귀찮은 듯이 한 글자로 대꾸하고는 다시 TV에 몰두 했다. [입구 쪽에 있는 이 냉장고는 파는겁니까?] [아아, 그건 수리비가 더 많이 나올 것 같아서 폐기 하려고 놔둔거야. 귀가 솔깃해진 k는 다시 가게로 걸어들어갔다. 다급한 그의 발에 거대한 스페너가 부딪혔지만, 아픔도 잊은 듯 얼굴에는 웃음을 띄우고는 주인에게 말했다. [저거, 저 주십쇼.] 건성건성 말하던 주인은 이내 뭔가 생각하는 듯 말꼬리를 흐리더니, 하던 말을 정정 했다. [5천원만 내.] [버리는 거라면서요!] 차에 실어서 날라야 될 거 아니야. 기다려. 번호 발표만 끝나고.] 주인은 여전히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 목소리에는 짜증도 약간 섞여 있었다, [저거, 제가 들고 가면 돈은 안 받는거죠?] k는 유래 없는 패기에 가득찬 표정으로 고물상 주인을 향해 말했다. [들고 가겠습니다.] k가 사라진후, 주인은 멍한 얼굴로 냉장고가 있던 빈자리를 바라보다가, 이내 복권발표가 생각나 TV로 고개를 돌렸다. [예, 이번주 당첨 번호는 12,3,27,30,,4----치치칙-] [에? 뭐야? 하필 중요할때!] 주인장은 짜증 섞인 목소리로 그의 10년된 tv를 사정없이 두들겼다. 원래 부터 잘 안나오던 tv이긴 했지만, 중요한 순간을 놓친터라 그의 주먹질은 더욱 강해져 있었다. 어차피 복권은 당첨되지 못했지만. 거대한 회의실에서 한남자가 식은 땀을 흘리며 자신들이 알아낸 것을 보고 하던 중이었다. [여기 이 사진들 입니다.] 그가 신호를 하자, 그의 앞에 있는 거대한 스크린에 사진들이 떠오른다. [별이...없군.] 참관인 중 한명이 말했다. [정확히는 별이 없어진 것이 아니라, 꺼진겁니다.] 한번 더 손짓을 하자, 화면이 바뀌어 두장의 사진이 떠올랐다. [이 두 사진은 같은 곳을 찍은 것입니다. 차이가 느껴지십니까? 아직도 분위기 파악을 못한 장관들을 바라보며, 그리고 잠시 생각하는듯 레이저 포인터로 머리를 몇번 두들기더니, 결심이 선듯 다시 말을 이었다. [우주에 뭔가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열과 빛을 내며 타오르던 항성들이 물이라도 끼얹은 듯 꺼져 버리고 있어요. 태양도 예외는 아닙니다. 단언하건데 곧 태양계, 그리고 우리가 서있는 이곳에도 곧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그제서야 뭔가 위험하다는 걸 감지한 높으신 분들은 걱정스러운 눈으로 과학자들을 질책할 준비를 한다. [이렇게 될때 까지 자네들은 뭘 했나?]-우주에서 거대한 자연재앙을 일개 과학자가 어떻게 해보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일 것이다. [지구는, 아니. 우주는.] 과학자는 한숨을 대놓고 내쉬며 단 한마디를 내뱉은 후 단상을 도망치듯 내려왔다. [멸망할 것입니다.] 지구 주변을 돌던 인공위성들이 하나씩 기능을 상실하기 시작했다. A-2-1 몇 분뒤, K는 5천원 정도는 그냥 낼걸- 하고 생각했다.
[세상엔 불가능한 것이 딱 두가지 있지.]
k가 월급날이 아직 많이 남았고, 월세는 밀려 있고, 모아 놓은 돈도 얼마 없다는 것을 깨닫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결국 여기저기 알아보고, 고생 끝에 찾아 낸 곳이 여기였다.
고물상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부터 설마설마 했지만, 그의 불안한 느낌은 예외없이 적중 되었다.
고철들로 가득한 그 작은 요새는 발디딜 틈이 없었고, 여기저기 널려있는 공구들과 고치다 만 가전제품들이 그의 성격을 짐작케 했다.
고물상 구석에 놓여 있는 그 TV는 마침 복권번호를 발표 하고 있었다.
자신들이 발행한 은행의 복권의 당첨금이 얼마나 굉장한지 계속해서 강조하면서, 이번 주의 행운의 번호를 발표하기 위해 계속해서 뜸을 들이고 있던 중이었다.
사실 그는 주인이 처음 부른 값이 자신의 한도치를 넘어서자 어떻게든 흥정을 해서 값을 내려보려던 참이었다.
그 마지막 수단을 시도도 하기전에 막혀버린 것이 허무했던 k는, 머리를 긁적 거리며 가게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한칸 밖에 없는 그 냉장고는, 하얗고 아무 특징도 없는 평범한 냉장고 같았다.
들어갈때는 저런 볼품없는 냉장고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지만, 더 이상의 별다른 수단이 없던 k는 조심스럽게 주인에게 말을 걸었다.
[음?]
아깐 무표정 하게 말했지만, 복권은 그에게 꽤 오랜 취미인 것 같았다.
이제 막 번호를 발표하려던 참이 었기에, 주인은 그 돈없는 불청객에게는 눈도 돌리지 않았다.
켜졌다 꺼졌다 하거든. 게다가 그런 구형은 요즘은 구경도 힘들지.]
켜지긴 한다.
[맘대로 해...]
[그럼 니가 들고 갈래?
k는 못마땅한 얼굴로 그 작은 냉장고를 여기저기 둘러보다가, 살짝 들어 본다.
의외로 별로 무겁지는 않다. 잘하면 돈들일 필요 없겠다고 k는 생각한다.
[음?..뭐, 그런셈이지.]
한참 번호를 발표하는 중이다.
아나운서의 잘 정돈된 목소리가 TV에서 흘러나온다.
하지만 아무리 두드려도 TV의 화면은 돌아오질 않았다.
B-2
[사라진 탐사선들이 마지막으로 보내온 사진들의 공통점을, 찾아냈습니다.]
나라의 온갖 중요 인사들이 한자리에 모였기에, 그는 자연스레 주눅들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는, 침을 한번 삼키고는 자신이 알아낸 것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모두 다 우주를 찍은 사진들로, 광활한 우주의 위대함을 느끼게 해주는 사진들 이었다.
하지만, 한가지.
멍청히 앉아있던 각계 장관들은 그제서야 그 주제를 놓고 웅성 거리기 시작했다.
보고를 하려던 과학자는 그 한심한 사태에 한숨을 나직이 흘리고는, 말을 이어나갔다.
같은 곳을 찍은 사진이었는데, 한쪽은 별들이 그 오묘한 빛을 뽐내고 있었지만, 다른 한장은 달랐다.
희미하게 빛나는 몇개의 붉은 별들을 제외하고는, 그저 암흑 뿐이었다.
보시는 것 처럼, 우주의 별들이 활동하기를 멈추고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내가 어떻게 말을 하면 저 바보들에게 사태의 심각성을 이해 시킬 수 있을까]하고 고뇌했다.
그들은 항상 아랫 사람을 달달 볶으면 사태가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갑자기 수신되지 않는 TV에 시민들은 불평을 늘어 놓았고,
방송사들은 일제히 사과방송을 내보냈지만, 그 방송은 각 가정의 TV까지 닿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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